통일교 간부들이 정치인 132명에게 1억8800만원을 불법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돈을 받은 정치인들은 대상에서 빠졌다. 정치자금법은 받은 쪽에 불법 인식이 없으면 처벌하기 어렵고, 반환은 죄를 없애지 못하고 양형에만 참작된다. 간부들의 재판에서 새 증거가 나오면 132명 중 일부가 다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통일교 전·현직 간부 9명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전국 통일교 조직을 동원해 국회의원 등 정치인 132명에게 218차례에 걸쳐 1억8800만원을 불법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정작 돈을 받은 정치인 132명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합수본이 밝힌 이유는 명확하다. 정치인들이 계좌로 들어온 후원금이 통일교 단체가 특정 목적을 갖고 보낸 자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돈을 준 쪽과 받은 쪽 모두 처벌하는 구조이지만, 받은 쪽에 '이 돈이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인식이 없으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 수사기관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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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24년 10월 인천 동구청장 선거 관련 사건에서, 한쪽이 정치자금을 마련했더라도 후보자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단계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치자금 기부는 이른바 '대향범', 즉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합의된 행위가 모두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받는 사람이 그 돈의 성격을 몰랐다면 수수 행위 자체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논리다.
통일교 사건의 132명에게 적용된 논리도 이와 같다. 후원 계좌로 들어온 돈이라 겉으로는 정상적인 후원금과 구별되지 않았고,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여러 신도의 이름을 빌려 쪼개 보내는 방식을 썼다면 정치인이 자금의 출처와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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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뒤늦게 돈을 돌려주거나 선관위에 신고하면 책임을 벗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단 '불법인 줄 알고' 받은 경우라면 반환한다고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 대법원은 천안시장이 2000만원을 받은 뒤 돌려준 사건에서도 정치자금법 위반을 인정하고 벌금 800만원을 확정했다. 반환은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고 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사유에 그친다.
핵심은 반환 여부가 아니라 '받을 때 알았느냐'다. 통일교 자금인 줄 모르고 받았다가 나중에 사실을 알고 돌려줬다면 애초에 고의가 없어 처벌 대상이 아니다. 반대로 정황상 통일교 자금임을 알고도 받았다면, 돌려줬든 안 돌려줬든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132명의 운명은 '인지 여부'라는 사실 판단 하나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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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된 통일교 간부들의 재판은 이제 시작이다. 정치자금법 제45조는 부정하게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자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받은 돈은 몰수하거나 추징하도록 규정한다. 이 재판 과정에서 개별 정치인이 자금의 성격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면, 지금은 빠져 있는 132명 중 일부가 다시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현직 선출직 공무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어 직을 잃는다. 이번에 132명이 기소를 면했다고 해서 사안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다. 간부들의 재판 결과와 추가 수사 여부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 앞으로의 법정 공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