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참가 때 서명하는 면책 동의서는 주최 측의 안전관리 과실까지 전부 면책하지 못하며, 약관규제법상 고의·중과실 면책 조항은 무효다. 국민체육진흥법상 안전관리계획 의무에는 제재 규정이 없지만, 주최 측이 안전배려의무를 게을리해 사고가 났다면 민사 배상 책임이 생긴다. 사고 직후 현장 기록과 진료·구급 기록을 확보하고 주최 측의 과실 여부를 따지는 것이 책임을 묻는 출발점이다.
대회 접수 때 체크하는 참가 서약서에는 보통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은 참가자 본인에게 있다'는 문구가 들어간다. 그러나 이 한 줄이 주최 측의 모든 잘못을 덮어 주지는 않는다.
약관규제법 제7조는 사업자나 그 직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약관 조항을 무효로 본다. 참가 서약서도 주최 측이 일방적으로 만든 약관이라,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까지 전부 면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배상 청구가 막히지는 않는다.
실제로 정부도 참가 서약서에 과도한 면책 문구가 많다고 보고, 표준화된 서약서 문구를 마련하고 관련 조항을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약서는 '참가자도 위험을 인지했다'는 정황 증거일 뿐, 주최 측의 책임 자체를 지우는 열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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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법은 참가자 1,000명 이상 체육행사를 주최할 때 안전관리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계획을 내지 않거나 지키지 않아도 지금은 제재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1,000명 미만 대회는 이런 계획 없이도 열 수 있다.
그사이 대회는 빠르게 늘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국내 마라톤 대회는 2020년 19회에서 2024년 254회로 약 13배, 참가자는 9,030명에서 100만 명 이상으로 112배 가까이 불었다. 같은 자료에서 마라톤 관련 사고는 2020년부터 2025년 9월까지 197건, 2024년 한 해에만 72건으로 집계됐다.
법적 강제력이 약하다고 해서 민사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최 측에는 참가자의 안전을 배려할 의무가 있고, 이를 게을리해 사고가 났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과실의 핵심은 '예견할 수 있었고 막을 수 있었는가'다. 쓰러짐 같은 사고는 더위, 코스 난도, 참가 인원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다음 요소를 사고 당시 상황과 하나씩 맞춰 보면 판단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2025년 6월 전주의 한 마라톤은 코스가 직전에 바뀌고 구간 구분이 안 돼 참가자가 뒤섞였고, 주최 측이 부실 운영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냈다. 이런 운영 미비는 과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된다. 반대로 주최 측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다면 책임은 줄거나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배상 다툼의 승패는 사고 직후 며칠에 갈리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 현장도, 기록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현장 사진과 영상, 코스 안내도, 참가 안내문을 모아 둔다. 응급처치와 이송 과정을 본 참가자나 자원봉사자의 연락처를 받아 두면 나중에 진술 확보가 쉽다. 병원에서는 진료기록과 구급활동일지를 떼어 사고 시각과 처치 내용을 남긴다.
청구는 보통 주최 측에 사고 경위와 책임을 묻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합의를 시도하는 단계에서 시작한다. 합의가 안 되면 민사 손해배상 소송으로 간다. 주최 측이 배상책임보험에 들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 보험 가입 여부와 보장 범위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사고를 당한 본인이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족이 아래를 먼저 챙기는 것이 좋다.
면책 동의서는 방패가 아니라 한 장의 서류일 뿐이다. 주최 측이 할 일을 했는지, 그 증거가 남아 있는지가 책임을 가르는 실제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