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합의도 민법상 유효하지만, 분쟁에서 지는 쪽은 약속이 없어서가 아니라 약속을 증명하지 못해서다. 최근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2심에서도 '구두 동의'와 '업계 관행'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10억 원 배상 판결이 나왔다. 합의 직후 요약 메시지와 통화 녹음, 계좌이체 기록으로 합의 사실과 내용을 남겨두면 계약서가 없어도 방어할 수 있다.

계약서 없이 말로만 정한 약속도 법적으로는 유효하다. 우리 민법은 계약의 형식을 제한하지 않아, 당사자의 의사가 맞으면 서면이 없어도 계약은 성립한다. 그런데도 구두 합의로 일하다 분쟁이 나면 지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약속이 없어서가 아니라, 약속을 증명하지 못해서다.
프리랜서나 소규모 업체처럼 "일단 믿고 시작하는" 거래일수록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핵심은 처음부터 증거를 남기는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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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분쟁에서는 주장하는 사람이 계약의 성립과 그 내용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구두 합의는 흔적이 없어 상대가 말을 바꾸면 반박할 자료가 없다.
최근 사례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어도어는 광고제작사 돌고래유괴단과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심도 일부 승소해 10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신 감독이 뉴진스 'ETA' 뮤직비디오 감독판을 2024년 9월 회사 사전 동의 없이 자체 유튜브에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제작사 측은 민희진 전 대표의 구두 동의가 있었고 감독이 개인 채널에 올리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두 동의가 있었더라도 사전 동의 없는 게시는 계약 위반이라는 판단이었다. '구두 동의'와 '관행'이 법정에서 얼마나 힘이 약한지 드러난 셈이다.
반대로 간접증거가 충분하면 구두 합의도 인정된다. 날짜가 남는 문자와 카카오톡, 이메일, 계좌이체 내역, 견적서, 통화 녹음, 합의를 들은 증인 등이 그것이다.
중요한 건 자료가 두 가지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다. 금액만 적힌 이체 내역 하나로는 "무슨 명목이냐"는 다툼을 막기 어렵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간단하더라도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당장 어렵다면 '말로 정한 내용을 글로 바꿔 상대에게 확인받기'만이라도 해두자. 어도어 사례처럼 분쟁의 승패는 약속의 존재가 아니라 그 약속을 보여줄 자료에서 갈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