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이나 연구비를 개인 용도로 쓰면 대부분 업무상횡령이 되고, 가짜 증빙을 붙이면 사기가 별도로 더해진다. 업무상 지위에서 저지르면 형이 가중되고, 국가 연구비는 참여제한·제재부가금·환수 같은 행정제재까지 따라붙는다. 기관 징계와 형사처벌은 별개 절차라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직원들이 부서 예산으로 66만원짜리 레고와 30년산 발렌타인 양주를 사고, 사무용 토너를 산 것처럼 꾸몄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공금을 개인 용도로 쓰면 보통 횡령이 되고, 거기에 가짜 증빙까지 붙으면 사기가 따로 더해진다.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는 배임과는 성립 요건이 아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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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죄를 가르는 기준은 간단하다. 횡령은 맡아 보관하던 남의 재물, 즉 현금이나 예금 같은 것을 자기 것처럼 써버리는 행위다(형법 제355조 제1항). 배임은 재물이 아니라 '사무'를 맡은 사람이 그 임무를 저버려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제355조 제2항). 사기는 사람을 속여 재물이나 이익을 넘겨받는 것으로, 기망이 핵심이다(제347조).
공금을 사적으로 쓴 사안은 대개 횡령으로 간다. 대법원은 학교발전기금을 정해진 목적 밖에 쓴 사건에서 원칙적으로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돈이 특정 용도로 묶여 위탁된 것일수록 '잠깐 다른 데 썼다'는 해명이 통하지 않는다.
같은 횡령이라도 업무상 지위에서 저지르면 형이 무거워진다. 단순 횡령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업무상횡령·배임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다(형법 제356조). 기관이나 회사의 자금을 업무로 다루는 직원이 그 돈을 유용하면 대부분 업무상횡령이 적용된다.
돈을 그냥 쓴 것과, 안 쓴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은 평가가 다르다. 토너를 산 것처럼 영수증과 증빙을 만들어 예산을 타냈다면 횡령과 별개로 사기가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도 공적 자금을 개인 용도로 쓴 뒤 돌려줬다고 속여 추가로 돈을 받아낸 사안에서 한 사람의 행위를 횡령과 사기로 나눠 평가한 바 있다. 서류 자체를 위조해 제출했다면 사문서위조·행사죄가 더 붙을 수도 있다. 증빙 조작은 죄를 덮어주는 게 아니라 늘린다.
국가 연구개발비를 부정하게 쓰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행정제재가 따라온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용도 외 사용 같은 부정행위에 최대 10년의 국가 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지급받은 연구비의 최대 5배에 이르는 제재부가금, 부정 사용 금액의 환수를 규정한다. 위반을 반복하면 참여제한 기간이 합산돼 더 길어질 수 있다. 처분 대상은 연구자 개인만이 아니라 연구책임자와 소속 기관까지 미친다.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여기다. 기관의 징계와 검찰의 형사처벌은 별개 절차다. 징계를 받았다고 형사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반대로 형사 무혐의가 됐다고 징계가 당연히 취소되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공금 유용을 두고 환수와 징계, 형사처벌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판단 기준을 세운다면 이렇다. 돈을 나중에 메워 넣으면 될 문제로 여기기 쉽지만, 용도가 묶인 공금은 변제 의사와 무관하게 횡령이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짜 증빙이 끼는 순간 사기까지 더해지므로, 애초에 영수증을 꾸미지 않는 것이 유일한 안전지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