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이 거동이 불편한 76세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딸에게 존속유기치사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돌봄을 하지 않은 사실보다 행정복지센터의 도시락 지원을 반복해 거부한 의도적 외면을 유죄의 근거로 봤다. 돌봄 부담이 크다면 문을 닫기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공적 돌봄에 연결하는 것이 가족 모두를 지키는 현실적 선택이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3부는 거동이 불편한 76세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딸에게 존속유기치사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딸은 재판에서 "아버지를 돌봤고 유기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숨질 당시 아버지는 키 170cm에 체중 34kg, 사인은 영양실조와 탈수에 따른 전해질 불균형이었다.
판결을 가른 건 돌봄을 '안 했다'가 아니라 '받을 수 있었던 도움을 막았다'는 사실이다. 관할 행정복지센터는 사망 두 달 전 아버지를 사례관리 대상으로 등록하고 도시락을 지원하려 했다. 딸은 사망 나흘 전에도, 당일에도 찾아온 직원을 현관문을 잠가 돌려보냈다. 이웃이 건넨 식사도 전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원으로 보호할 여건이 갖춰졌는데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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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죄(형법 제271조)는 누구에게나 적용되지 않는다. 나이나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만 처벌한다. 부모와 자녀 같은 직계혈족 사이의 부양의무가 대표적인 법률상 의무다. 단순히 한집에 산다거나 잠깐 동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
달라지는 건 형량이다. 유기에 그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부모를 유기한 존속유기는 10년 이하 징역이다. 그러나 유기로 사람이 숨지면 형법 제275조가 적용돼 3년 이상으로, 그 대상이 부모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뛴다. 직접 해치는 '살인'이 아닌데도 중형이 나오는 구조다.
돌봄은 지치는 일이다. 그렇다고 '힘들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법원이 따지는 건 세 가지다. 보호할 의무가 있었는가, 방치에 고의가 있었는가, 그 방치가 죽음으로 이어졌는가.
이 사건에서 결정적이었던 건 두 번째다. 딸은 아버지를 적극적으로 해치지는 않았지만, 눈앞의 지원을 거듭 거부한 행위가 '의도적 외면', 곧 고의의 증거가 됐다. 돌봄을 혼자 감당하지 못하는 것과 외부의 도움까지 차단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다. 앞쪽은 제도로 메울 여지가 있지만, 뒤쪽은 책임을 고스란히 자신에게 끌어온다.
혼자 감당이 안 될 때 안전한 선택은 문을 닫는 대신 제도에 연결하는 쪽이다. 거동이 어려운 부모가 있다면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신청부터 상담해두는 편이 좋다.
| 제도 | 신청처 | 핵심 내용 |
|---|---|---|
| 노인장기요양보험 |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 | 의사소견서로 신청, 방문조사 뒤 30일 안에 등급 판정, 재가 돌봄 본인부담 15% |
| 노인맞춤돌봄서비스 | 주소지 주민센터 | 만 65세 이상 돌봄 필요자에게 안부·가사 지원 |
| 긴급복지지원 | 주민센터·보건복지상담센터(129) | 위기 상황의 생계·의료비를 먼저 지원 |
가장 빠른 출발점은 주소지 행정복지센터다. 이번 사건에서도 지원의 손길은 이미 집 앞까지 와 있었다. 그 문을 여느냐 닫느냐의 차이가 결국 책임의 크기를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