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해킹처럼 회사가 유출 항목조차 늦게 알리는 상황에서는 이용자가 먼저 순서대로 움직여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가장 빠른 방어는 금융감독원 개인정보노출자 등록으로 명의도용 금융거래를 막는 것이고, 이어 신분증 재발급과 계좌·가입 흔적 점검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에 열람·삭제를 요구하고 통지문과 신고 접수증을 증거로 보관해 두면 된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가장 답답한 점은, 정작 무엇이 새어 나갔는지 모른 채 통지만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빗썸 해킹에서도 회사는 침해 사실을 인지한 뒤 며칠간 유출 항목을 공식 안내하지 않았고, 그 사이 직원 사칭이나 보상 빙자 피싱 같은 2차 피해 우려만 커졌다.
신분증 사본이나 계좌번호까지 유출됐다는 통지를 받았다면 상황은 더 급하다. 이때는 순서가 중요하다. 피해를 막는 효과가 큰 조치부터 먼저 해두어야 한다.

Mizuno K
가장 먼저 할 일은 금융감독원의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이다. 금감원 소비자포털 '파인'이나 은행 영업점에서 등록할 수 있다. 등록하면 그 정보가 금융사에 실시간 전달돼, 누군가 내 명의로 계좌를 만들거나 대출을 받으려 할 때 본인확인이 까다로워지고 거래가 제한된다.
이 조치가 1순위인 이유는 간단하다. 유출된 신분증과 계좌번호로 가장 빠르게 벌어질 수 있는 피해가 바로 명의도용 금융거래이기 때문이다. 신분증을 다시 발급받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 등록은 즉시 방어막이 된다.
다음은 유출된 신분증 자체를 정리하는 단계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재발급받으면 유출된 기존 신분증의 효력을 정리할 수 있다. 도용이 의심되면 분실·도용 신고를 함께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재발급을 마친 뒤에는 앞서 등록한 개인정보노출자 설정을 상황에 맞게 유지하거나 해제하면 된다. 위험이 남아 있다고 판단되면 당분간 등록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
내 명의로 모르는 계좌나 대출이 생겼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여러 금융사의 계좌와 대출을 한눈에 보여주는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를 이용하면 된다. 모르는 계좌 개설이나 비대면 대출이 보이면 즉시 해당 금융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지급정지를 신청한다.
유출된 정보로 다른 사이트 가입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e프라이버시 클린서비스'로 내 명의로 가입된 사이트를 조회하고, 불필요한 곳은 한 번에 탈퇴할 수 있다. 휴대전화가 내 명의로 몰래 개통됐는지도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로 확인해 둘 만하다. 금융 계좌뿐 아니라 통신 가입까지 함께 점검해야 빈틈이 줄어든다.
여기까지 급한 불을 껐다면, 유출한 기업을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차례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삭제하거나 처리를 멈추도록 요구할 권리를 준다. 어떤 정보가 어디까지 유출됐는지 열람을 요구하고, 더 보관할 필요가 없는 정보는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증거를 시간순으로 모아둔다. 유출 통지문, 수상한 문자나 전화 기록, 신분증 재발급과 각종 신고 접수증을 함께 보관하면, 나중에 손해배상이나 분쟁조정을 신청할 때 피해를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 회사 발표가 늦어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 상황일수록, 내가 무엇을 언제 했는지를 남겨두는 일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