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등록 거절은 그 이름을 쓰지 말라는 명령이 아니라 등록해 줄 수 없다는 결정이다. 등록 없이 계속 써도 되지만, 누군가 같은 이름을 먼저 등록하면 오히려 침해자로 몰릴 위험이 생긴다. 거절 사유와 인용상표의 실제 사용 여부, 그동안 쌓은 인지도를 따져 다툴지 이름을 바꿀지 정해야 한다.

상표 출원이 거절됐다는 통지를 받으면 가게 간판부터 떼야 하나 싶지만, 그런 뜻이 아니다. 거절은 "이 이름에 상표권을 주지 않겠다"는 결정이지, "이 이름을 쓰지 말라"는 명령이 아니다. 등록 없이도 간판과 메뉴판, 쇼핑몰에 그 이름을 계속 쓸 수는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등록을 못 했다는 건 그 이름에 대한 독점권이 없다는 뜻이고, 누군가 같은 이름을 먼저 등록해 버리면 오히려 내가 침해자로 몰릴 수 있다. 그래서 "써도 되냐"보다 "다툴지 바꿀지"가 진짜 질문이다.

Kampus Production
거절 사유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식별력 부족(상표법 제33조)이다. 상품을 그대로 가리키는 보통명칭, 성질·품질을 설명하는 표현, 흔한 지명이나 성씨는 특정인에게 독점시킬 수 없다. 이 경우에는 오래 써서 수요자에게 내 상품으로 알려졌다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매출·광고·SNS 노출 자료로 입증하거나, 지정상품을 손보는 보정으로 돌파를 노린다.
다른 하나는 선등록상표와의 유사(제34조 제1항 제7호)로, 실무에서 가장 흔한 사유다. 대응은 상표나 지정상품이 서로 다르다는 주장, 겹치는 상품만 덜어내는 감축, 선등록권자의 동의를 받는 공존동의, 그리고 인용된 상표가 실제로는 쓰이지 않을 때 거는 불사용취소심판 등이 있다.
의견제출통지는 '거절 예고'일 뿐 최종 결정이 아니다. 심사관이 정한 기간(대개 2개월) 안에 의견서로 반박하거나 보정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설득하면 등록으로 돌아설 여지가 있다.
최종 거절결정이 나온 뒤에도 길은 남는다.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보정을 붙여 재심사를 청구하거나(제55조의2), 특허심판원에 거절결정불복심판을 낼 수 있다(제116조). 다만 재심사는 한 번만 되고 취하할 수 없으며 심판과 동시에 갈 수 없어, 어느 길로 갈지 초반에 정해야 한다. 상표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정으로는 안 되고 새로 출원해야 하는데, 이때는 출원일이 새로 매겨져 그사이 제3자가 비슷한 상표를 먼저 내면 선출원주의에 밀릴 수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남의 선점이다. 내가 먼저 쓰고 있었더라도 타인이 같거나 비슷한 상표를 먼저 등록하면 침해금지 청구, 손해배상, 형사 고소까지 받을 수 있다.
이때 방패가 되는 것이 선사용권(제99조)이다. 다만 일반 상표는 부정경쟁 목적이 없고, 상대방 출원 전부터 계속 써 왔으며, 그 시점에 수요자들이 내 상표로 알고 있었다는 '주지성'까지 입증해야 한다. 자기 성명이나 상호를 상거래 관행대로 쓴 경우는 주지성 요건이 빠져 한결 유리하지만, 상호를 줄여 쓰거나 디자인을 입혀 쓰면 이 보호를 못 받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입증이 까다로워 결국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정리하면 판단 기준은 이렇다.
판단이 애매한 구간에서는 거절결정서에 적힌 기한이 짧게 흐르는 만큼, 변리사와 먼저 상의해 재심사·심판·재출원 중 하나를 빠르게 정하는 것이 손해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