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비상 대피를 겪으면 신체 부상과 수하물 손해를 나눠 청구해야 하며, 국내선은 상법, 국제선은 몬트리올협약에 따라 근거와 한도가 달라진다. 수하물은 통상 7일 이내 신고하고 접수 확인서를 받아야 하며, 고가품은 사전 신고가 없으면 한도 안에서만 배상된다. 항공사 협의가 미흡하면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와 분쟁조정, 최종적으로 민사소송까지 이어진다.

2026년 10월 10일 저녁, 청주공항에서 제주로 떠나려던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보조배터리가 불을 냈다. 한 승객이 옷으로 덮고 승무원이 리튬배터리 진압 파우치로 바로 껐지만, 승객 168명이 기체 밖으로 대피했다. 불을 끄려던 승객은 손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
이런 비상 대피를 겪고 나면 부상과 짐 문제가 남는다. 청구할 수 있는 항목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몸을 다친 데 대한 배상, 다른 하나는 미처 챙기지 못했거나 손상된 수하물에 대한 배상이다. 둘은 근거가 되는 법과 한도가 다르므로 처음부터 따로 접근하는 편이 낫다.

Markus Winkler
국내선과 국제선은 적용 법이 다르다. 이번처럼 청주에서 제주로 가는 국내선 사고에는 상법의 항공운송 규정이 적용된다. 2011년 시행된 이 규정은 여객의 사망이나 상해에 대해 일정 한도까지 항공사의 무과실 책임을 인정한다. 즉 승객에게 과실이 없다면 항공사의 잘못을 일일이 입증하지 않아도 그 범위까지는 배상 책임이 성립한다는 뜻이다. 한도를 넘는 손해는 항공사가 과실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추가로 책임진다.
국제선이라면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돼, 약 11만 SDR까지는 과실과 무관하게 항공사가 책임지고 그 이상은 항공사가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청구할 수 있는 손해는 치료비, 일하지 못한 기간의 손실, 위자료 등 실제 발생한 피해다. 가벼운 화상이라도 진료 기록과 영수증을 남겨 두는 것이 출발점이다.
대피 과정에서 기내에 둔 짐을 못 챙기거나 위탁 수하물이 파손됐다면 이 역시 청구 대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탁 수하물의 파손이나 멸실로 생긴 손해는 원칙적으로 항공사 책임이라고 본다.
다만 한도가 있다. 국내선은 상법상 가격을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면 승객 1명당 1,000 SDR 범위에서 배상하는 것이 기준이다. 국제선은 항공사 약관과 협약에 따라 ㎏당 미화 20달러 또는 승객당 약 1,519 SDR 수준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다. 노트북이나 귀금속 같은 고가품은 체크인 전에 가격을 신고하고 종가요금을 내 두면 신고한 금액을 기준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신고하지 않으면 이 한도 안에서만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비싼 물건은 애초에 기내로 들고 타는 편이 안전하다.
수하물 피해는 시간 싸움이다. 분실이나 파손은 통상 7일 이내, 항공사에 따라 10일까지 신고해야 하며, 기한을 넘기면 배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공항에서 바로 신고하고 접수 확인서를 받아 보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확인서가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피해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 여기에 물건 구매 영수증이나 거래내역, 파손 상태 사진을 더하면 된다.
부상은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을 기본으로, 대피 당시의 사진이나 영상, 함께 있던 승객의 연락처를 확보해 두면 경위를 설명하기 쉽다. 항공사에 사고 경위를 접수하는 절차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청구 순서는 단순하다. 먼저 항공사에 신고하고 서류를 제출해 보상을 협의한다. 결과가 미흡하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한 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합의를 권고하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에 나서지만, 이 조정에는 항공사를 강제할 힘이 없다.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마지막 수단은 민사소송이다. 다만 배상 한도와 세부 기준은 개정될 수 있으니, 실제 청구 전에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상법과 한국소비자원 안내로 최신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