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30일 서울중앙지법은 김건희 여사에게 클러치백을 건넨 아내에게 벌금 500만 원을, 공모 증거가 부족한 남편 김기현 의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금품 제공이라는 행위가 위법으로 인정돼도, 특정인이 거기에 가담했는지는 전혀 다른 증명의 문제다. 판결문을 볼 때 '위법한 행위가 있었나'와 '이 사람이 가담했나'를 나눠 읽으면 일부 유죄·일부 무죄가 왜 나오는지 보인다.
2026년 10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김건희 여사에게 267만 원짜리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건넨 혐의를 두고 두 사람에게 엇갈린 결론을 내놨다. 가방을 제공한 김기현 의원의 아내 이모 씨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고 가방은 몰수됐다. 반면 남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무죄였다.
뉴스 제목만 보면 혼란스럽다. 같은 가방, 같은 사건인데 한 명은 유죄고 한 명은 무죄다. 특검은 이 가방을 2023년 3월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김 의원을 지원한 대가로 봤다. 대가성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열쇠는 법원이 두 가지를 따로 판단했다는 데 있다. 하나는 가방 제공이 위법한 행위였느냐, 다른 하나는 김 의원이 그 행위에 공모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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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가방을 지인 사이의 관례적 선물로 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 선거 방식 변경 등에 영향을 미쳐 김 의원의 당선에 도움을 줬고, 아내가 그와 관련해 가방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직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서 청탁금지법의 특징이 드러난다. 이 법은 뇌물죄와 달리 금품이 직무의 '대가'였다는 점까지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직무와 관련해 일정 액수를 넘는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 법 제8조 5항은 누구든지 공직자나 그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제공한 사람이 처벌 대상이 되는 근거다.
그래서 가방을 실제로 건넨 아내 이 씨에게는 유죄가 성립했다. 행위자가 분명하고, 그 행위가 직무와 관련됐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무죄가 된 이유는 '대가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가 이 제공 행위에 함께했다는 증거가 부족해서다.
정황은 있었다. 가방 값은 김 의원의 급여 계좌에서 결제됐고, 상자에는 그의 이름이 적힌 메모가 붙어 있었다. 특검은 이를 공모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 계좌를 아내가 관리했고, 아내가 직원을 통해 김 의원 없이 가방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부부라는 사실만으로 두 사람을 공범으로 묶을 수는 없다고도 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과, 특정한 사람이 그 행위를 알고 함께했다는 사실은 별개로 증명해야 한다. 앞의 증명이 됐다고 뒤의 증명이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공모는 '누가 그 자리에 있었나'가 아니라 '누가 그 행위에 가담하기로 뜻을 같이했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2부(재판장 정수영)에서는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군인 8명이 전원 무죄를 받았다. 국회와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하거나 체포조를 편성한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않았다.
무죄의 근거는 인식이었다. 재판부는 이들이 지시를 받은 시점에 그 명령의 내용과 자신의 역할, 그것이 내란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 수 없었다고 봤다. 그래서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목적, 즉 내란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은 지시받은 순간만 잘라 봤다며 반박했고, 같은 날 서울고법에서는 명령을 내린 쪽인 윤 전 대통령 항소심에 사형이 구형됐다.
앞선 선물 사건과 묶어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사람에게 공모 또는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법정에서 따로 저울에 올라간다. 명령을 받은 쪽이 무죄가 되고 내린 쪽에 중형이 구형되는 장면이 같은 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유죄·일부 무죄 판결이 헷갈릴 때는 다음을 분리해서 읽으면 구조가 잡힌다.
보도 제목은 대개 '무죄' 한 단어로 압축된다. 하지만 법원이 무죄를 준 이유가 행위가 없어서인지, 그 사람의 가담이 증명되지 않아서인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구분을 놓치면 같은 사건에서 벌금과 무죄가 동시에 나오는 장면이 끝내 모순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