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는 것은 검사가 그 형을 요청했다는 뜻일 뿐 확정된 형벌이 아니다. 구형은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의견진술이고, 실제 형벌은 법원이 양형기준과 여러 정황을 따져 선고공판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선고 뒤에도 7일의 항소 기간이 지나야 형이 확정되므로, 구형·선고·확정을 나눠서 읽어야 사건의 결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배우 황정민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에게 검찰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이 "벌금 1000만원으로 끝났구나"라고 받아들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재판부는 다음 달 8일 별도의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고, 그날 정해지는 것이 실제 형벌이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구형'과 '선고'는 서로 다른 단계이며, 이 둘을 구분해야 사건의 결말을 정확히 읽을 수 있다. 형사 사건 보도에서 이 두 단어가 나란히 등장하다 보니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누가 언제 무엇을 하는지가 전혀 다르다.
Photo by Tingey Injury Law Firm on Unsplash
구형은 재판 마지막 심리인 결심공판에서 검사가 "이 정도 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밝히는 형량 의견이다. 형사소송법 제302조가 정한 검사의 의견진술 절차로, 검사가 원하는 처벌 수위일 뿐 법원을 구속하는 힘은 없다. 검사는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당사자이므로 처벌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에 서고, 그래서 구형은 대체로 높게 잡히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선고는 법원이 내리는 최종 판단이고, 선고와 동시에 법적 효력이 생긴다. 즉 검사가 벌금 1000만원을 요청했더라도 판사는 그보다 무겁게도, 가볍게도, 벌금이 아닌 다른 형태로도 판단할 수 있다. 구형은 '요청', 선고는 '결정'이라는 점이 둘을 가르는 핵심이다.
Photo by Tingey Injury Law Firm on Unsplash
결심공판에서 검사의 구형이 끝나면 변호인의 최종 변론과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이어지고, 재판부는 보통 2~4주 뒤로 선고기일을 따로 잡는다. 이 기간에 판사는 검사의 구형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형량을 정한다. 기준이 되는 것은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의 조건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표다. 범행 동기와 수단, 피해 정도, 재범 위험성, 반성 여부, 피해 회복과 피해자의 처벌 의사 같은 요소가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실제로 재판 통계를 보면 선고 형량은 구형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고, 흔히 '구형의 절반쯤'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다만 이는 관행적 인상일 뿐 정해진 공식은 아니다. 벌금 100만원 미만의 경미한 사건처럼 검사 구형액이 그대로 선고되는 경우도 있고, 피해가 크거나 상습성이 확인되면 오히려 구형보다 무거운 형이 나오기도 한다.
Photo by Finn Mund on Unsplash
선고까지 갔다고 해서 사건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과 검사는 판결 선고일부터 7일 안에 항소할 수 있고, 이 기간이 지나야 형이 확정된다. 항소하면 2심, 경우에 따라 대법원 상고심까지 형량이 다시 다뤄질 수 있다. 형벌의 집행 역시 판결이 확정된 뒤에 이뤄진다.
'구형 1000만원'은 검사가 그렇게 요청했다는 뜻이지, 그 벌금이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 형사 사건 뉴스를 볼 때는 구형은 검사의 요구, 선고는 법원의 결정, 확정은 그 뒤 항소 절차까지 끝난 상태라는 세 단계를 나눠서 이해하는 것이 사건을 오해 없이 따라가는 방법이다.